200505071622
피트 드러커, <프로페셔널의 조건>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어보았다. 처음 읽었던 것은 대학을 다닐 때였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할 일이 없어서 빈둥대고 있다가 누나의 책장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는 한창 교과수업에 열중할 때였고,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 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는 공학을 전공하는 (어쩌면 다른 것을 전공했더라도 마찬가지일 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인 표현이었다. 막연하게나마 전문기술을 익혀서 남에게 인정받는 기술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당시, 즉 학생 시절의 나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서 “꽤 똑똑한 사람이고 말하는 것도 그럴 듯 한데”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내용이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제 학업을 마치고 회사를 통해서 사회생활을 한 지 넉 달 정도 지났고, 지금에 와서 두 번째로 읽어보니 처음보다 조금은 잘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지식근로자’ (저자는 스스로 만들었다는 이 말을 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가 어떻게 조직 내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공헌하며, 조직 내에서 변하는 역할에 대해 준비하고 미래를 설계하는가를 이해시키는 것이 이 책의 개괄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두 번째 읽어서 처음보다 ‘조금’ 나았다고 한 이유는, 내가 저자의 주장을 일부분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몇 달 지난 신입사원으로서, 조직의 생리를 완전히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고로 조직의 관리자로서의 역할, 다른 사람의 강점을 이용하라는 등의 설명이 아직은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내가 앞으로 어떻게 회사에서 업무를 하고 생활을 해 나가야 할 지에 관해서 인상적인 조언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시간을 관리하라는 것이다. 업무를 먼저 생각하고 시간을 배분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쓸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서 업무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쓰는 지 항상 기록하고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완전하진 않지만 이 원칙을 적용해 보려고 노력중이며, 실제로 이전보다는 조금은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하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성과를 이루라는 것이다. 예전에 야구경기를 보다가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의 약점을 없애기보다는 강점을 키워서 성적을 올리는 방식을 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강점이 과연 무엇일 지는 앞으로 열심히 찾아나가야 할 점이지만. 마지막으로 조직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가를 항상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대체로 개인이 혼자서 성과를 내기보다는 조직에 속해서 구성원과 협업을 통해 큰 성과를 내기 마련인데, 여기서 필요한 것이 자신이 조직의 목표를 위해 어떤 공헌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 교육받은 회사의 경영원칙에도 비슷한 내용의 문구가 있었다.
조금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자면, 연수 기간 중에 동기 형이 갖고 있던 공병호 박사의 <10년 후 한국>이라는 책을 잠시 들춰본 일이 있다. 상당히 인구에 회자되는 책인 듯 하여 궁금증을 갖고 잠시 읽어보았다. 몇 페이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는데, 개인적으로는 피터 드러커의 책(이 책 이외에도), 혹은 이와 비슷한 학자들의 책이 모델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드러커 교수가 풍부한 논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주장을 펼친 데 반해, 공 박사의 책은 어떤 가시적인 현상에 대해 죽 나열해 놓을 뿐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그들이 단순하게 보고 느끼는 사회의 문제점을 직설적인 어휘로 표현한 것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두 번째로 읽어본 뒤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부분은 앞부분의 40%정도 되는 것 같다. 나머지는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역할에 대한 충고이고, 앞으로 겪어나가면서 깨우칠 부분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10년 후쯤 이 책을 다시 접했을 때는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할 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 2005/05/07 16:22 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