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혼란스럽다”고 말할 수 있겠다. 책을 사게 된 동기부터 그렇다. 내가 책을 살 때는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거나 적어도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했거나 서평 등을 통해 무엇에 관한 책인지 알고 난 다음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월말까지 써야 하는 쿠폰이 있었고, 금액을 맞추려면 뭔가 장바구니에 집어 넣어야 했는데 머릿속에 미리 골라 둔 후보가 하나도 없었다. 마땅한 후보가 없었던 이유도 당시 내 주변이 정신없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적당한 걸 골라야 했는데, 마침 베스트셀러 목록에 언젠가 들어 본 이름이 있었기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떠밀리듯 골랐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책을 고르는 것도 내가 그리 좋아하는 방법은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책이 도착했고 며칠간 묵혀두다가 첫 장을 펼쳤다.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체 이 책은 무엇에 관한 내용인가 궁금해하던 참에 첫 장부터 내가 무수히 느끼게 될 단어가 나타났다. “혼돈”.

서장은 (나에겐) 그리 유명하지 않은 과학자의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가 혼돈을 마주하는 시련을 겪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자신이 추구하는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대단한 끈기를 보였는지를. 서장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정체를 알아채고는 앞으로 나올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아, 이 책은 어떤 무명 과학자를 기리는 전기구나.

그런데 웬걸,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무슨 목적으로 이 책을 쓴 건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주인공 과학자의 집념과 성취를 설명하다가, 갑자기 배신하듯 그자의 악행을 추적하고 성년이 되어 자신이 겪은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읊다가, 주인공의 기여 덕분에 일어난 국가적, 역사적 비극을 소개하고, 어떤 중대한 과학적 진실을 밝히고, 방황 끝에 찾은 자기 모습을 돌아본다.

매 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책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아, 전기인가? 아니, 잠깐 자서전? 그것도 아닌 듯 하고 설마 르포? 그것도 아니면 교양 과학서? 도대체 이 작가는 무슨 책을 쓰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왜 이런 제목을 붙인 걸까. 책을 덮는 순간까지 의문의 연속이었다.

나는 명확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혼란으로 가득한 책은 접해본 기억이 없다. 읽는 도중에 그냥 멈출까 생각하기도 했다. 어지간하면 한번 시작한 책은 중도 포기하지 않는 편이라 다행이다. 그리고 책 전체로 보면 혼란스럽지만 각 장 하나하나 읽는 과정은 매우 재미있었기에 (이런 점은 작가의 역량 덕분이겠다), 그 다음에 무슨 이야기가 올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책을 덮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 자신있게 답은 내놓지 못하겠다. 읽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것 같다. 다만 내가 얻은 메시지는 이것이다. “삶은 엄격한 질서가 아니라 혼돈 속에 있다.”

내가 처음에 무명인 줄 알았던 주인공은 사실 꽤 유명한 인물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 학장이고 그의 이름을 딴 건축물도 있다. 꺾이지 않는 끈기와 신념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주적 질서에 관한 신념이 - 작가가 제기한 개인적 범죄에 관한 의혹을 제외하더라도 - 그를 비과학적이고 반인도적인 우생학 실험으로 이끌고 말았다. 과연 질서라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알고보니 그가 추구한 생물의 엄밀한 위계질서는 허구일 뿐인데. 내 삶을, 내가 만난 사람들의 삶을 보라. 엉망진창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진짜 삶이 있지 않는가? 작가는 마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십대 중반을 맞이하는 내 삶도 얼마 전 태어난 둘째와 이직이 겹쳐 혼란의 연속이다. 하루하루 어떻게 지나가는지 기억나지 않고 주변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신경쓸 겨를도 없다. 그런 와중에 읽어서 그런지, 예전 같으면 무척 산만한 이 책을 약간 어이없어하며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비록 아직도 책의 감상이나 내용을 깔끔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현재진행형의 삶이란 원래 그렇게 혼란스러운 거야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아서.

results matching ""

    No results match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