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152214
어쩌구저쩌구 느낀 점
당사자들의 주장은, 적어도 내가 접해본 것으로는 대충 이렇다.
- 일본문화를 즐기는 건 우리의 취미이고, 자유다.
- 우리만 일본문화를 즐기는가. 남들도 (일본음식을) 먹고 (일본제품을) 쓰며 할 것 다 하지 않는가.
물론, 일본문화를 즐기든 말든 그건 개인의 자유고, 누가 뭐라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은 일식집에서 맛나게 식사를 하고, 만화와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하필이면 광복절에 ‘그런 행동’을 한 것에 대한 변명은 되지 않는다.
장례식장에는 누구나 검은 옷을 입고 가서 정숙하게 행동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저절로 형성된 암묵적 약속이다. 밝은 옷을 입고 가서 웃고 떠든다면, “내가 어떻게 하든 내 자유인걸!” 이라고 말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주위의 싸늘한 시선 뿐이다. 비록 광복절이라 해도 개인적으로 일본문화를 즐기는 것을 뭐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드러내놓고 표출하였다. (물론 일부에게만 해당되지만) 어떤 모임이든 그 정도 규모의 모임에서 하는 행동이,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즉, 장례식장의 모든 시선이 집중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일부 행사 참가자들이 미리 그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자제를 부탁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단순히 방송국 취재를 대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와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우리가 자유롭게 즐기는 게 뭐가 잘못되었느냐”라고 되묻는다면, 아주 기본적인 사회의 원칙, 규범조차 무시한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사회를 이루는 가치는 ‘자유’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방종’이라는 유사 개념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겠는가. 결국 사회를 이루는 것은 사람들이며, 사람들의 가치관이 모여서 거대한 사회 전체의 가치관이 형성되고 변화한다. 그렇게 자신을 둘러싼 다른 사람들 - 특히 광복절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사람들 - 의 존재를 전혀 무시한 채 홀로 자유를 외친다 한들 그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그런 부류를 보면서 느끼는 건, 어렸을 때부터 (아니면 아직도 너무 어려서)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개념조차 몸에 익히지 못한 미숙아라는 점이다. 사회 생활 따위는 상관없다고 외친다면 딱히 해 줄 말은 없지만.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한국에는 한국 사회의 통념이라는 것이 있으며, 이는 우리가 쉽게 무시할 만큼 가벼운 것도,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다수에 의한 횡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왜 다수가 그들의 행동을 비난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의무는 분명히 있다.
- 2005/08/15 22:14 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