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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기 - 1.베이징

  1. 베이징 (북경 : 北京)

    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 인구 천만을 가뿐히 넘고 크기가 경기도 정도는 됨직한 어마어마한 도시.

    여행의 출발점으로 베이징은 꽤 괜찮은 장소이다. 옛 중국의 모습과 현대적인 도심이 공존하기 때문에, 도시를 떠나 여행을 하는 여행객이 조금씩 중국에 익숙해지기에 좋은 조건이다. 도착하자마자 처음 접한 것은 무지막지하리만큼 커다란 베이징 역. 5층 높이는 될만한, 서울역 정도는 비교도 안되게 거대한 역사에 있는 것이라고는 우습게도 커다란 기둥들뿐이다.

    시끄러운 중국말투에 어안이 벙벙한 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나는 낯선 냄새를 맡으며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탔다. 중국의 버스는 아직 대부분 안내원이 수금을 한다. 또 에어컨이 있는 버스가 드물어 때때로 <空調(우리말로 에어컨)=”“>이라고 큼지막히 붙이고 다니는 버스를 보면 의외로 사람은 별로 없다. 그 버스들은 비싸니깐.

    우리 나라에서 사라진 지 5년, 10년도 더 된 것 같은 자동차와 버스들이 도로를 꽉 채우고 있는데, 이들이 내뿜는 매연 때문인지, 베이징의 공기는 무척 더러웠다. 게다가 송일환이 갖고 온 수출용 감기 바이러스 덕분에 하루만에 딱하니 목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베이징을 비롯한 화북지방은 대체로 건조하다. 덕분에 더운 날씨에 땀은 덜 나지만, 저멀리 도심의 건물이 뿌옇게 보일만큼 더러운 공기속을 다니다보면 며칠 고생하는 것은 당연지사.

    베이징에 존재하는 것은 일단 크다고 보면 대충 맞는 듯 싶다. 물론 중국 어느 곳 그렇지 않은 곳 없다마는, 베이징은 옛 왕조의 번성을 자랑하듯, 거대한 규모의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c0003499_22361910.jpg 제일 먼저 간 곳은 우리가 흔히 자금성이라고 부르는 고궁, 그리고 그 앞의 천안문 광장. 천안문은 그렇다 치고, 고궁에 들어서면 일단 커다란 문을 세 개 지나고 나서야 영화에서 본 듯한 넓은 광장을 둘러싼 궁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쯤 되면 슬슬 지칠 때가 된다. <아, 이제=”” 다=”” 왔구나.=”“>하고 생각하자마자 뒤로 돌아가면 또다른 궁궐이 숨어있다. 제대로 샅샅이 훑어보려면 족히 사나흘은 걸릴 규모다. 그러나 그 모습과 주변의 해자의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다음날은 만리장성의 일부인 팔달령 장성에 올랐다. 이것도 베이징 안에 있다고 하는데 버스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은 한국에서의 거리 감각으로는 이해불능. 만리장성이 달에서도 보이는가 아닌가로 잠시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폭 수 미터의 성을 보려면 시력이 10.0쯤은 되어야하지 않을까. 어느곳이고 관광객은 엄청나게 많은데, 대부분 1, 2 킬로미터를 따라가다가 지친 듯 돌아선다. 확실히 경사가 가파르고 굴곡이 많아 조금만 걸어도 힘이 든다. 옛 병사들은 무거운 무기와 갑주를 갖추고 이곳을 오르내렸을테니, 그 괴로움이 어떠했을까. c0003499_22324544.jpg

    이밖에도 둘레 수 킬로미터의 거대한 인공호수를 자랑하는 이화원(옛 왕실 정원이다), 역시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는 공원과, 팬더 보려고 추가로 입장료 냈던 동물원 등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다. 이것들 역시 멋진 풍경을 제외하고는 크다는 특징 외에 달리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유명한 베이징대학은 기억에 남는다. 중국 전통 양식의 교문을 지나 역시 전통적인 건물들을 지나가니 울창한 숲과 넓은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쉽게도 도서관에는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학생 식당에서 저녁 한 끼는 먹어보았다. 이 사람들은 우리와는 4인용 식탁에 같이 온 사람은 거의 없이 혼자 먹는다. 게다가 참 잘 먹는다.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서 사먹는데, 난 푸른 콩과 당근과 닭고기를 볶은 듯한(대체 뭐라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것을 골랐더니, 아주머니가 거기에 밥을 한 사발 올려주어서, 그걸 먹었다. 맵지도 짜지도 않고 양념이 전혀 안 되어 있어서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다 먹지는 못했지만.

    사실 이공계 대학생으로서, 바로 옆에 있는 칭화(淸和)대학에도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통과. 그건 그렇고, 이 학교 사람들, 유명한 국제적 대학에 다니는 것 치고는 영어를 참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베이징은 무척 큰 도시다. 실제로 지도를 보아도 도심과 그 부근만 나올 뿐, 도시 전체를 한 번에 보여주는 지도는 -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 없다. 중심부의 특징은 세 겹의 고속 도로가 동심원(사실은 사각형에 가깝다)을 그리며 도심을 둘러싸고 있다는 점이다. 거의 중앙에 고궁이 있고, 동서남북 사방으로 커다란 공원이 있다. 베이징대학은 중심의 서북쪽에, 베이징 역은 반대인 동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기차역이라 하지 않고 베이징 역이라고 한 이유는, 베이징에는 이 역 말고도 동, 서, 남, 북에 각각 역이 하나씩 있기 때문이다. 즉, 한 도시의 중심부에 무려 5개의 기차역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각각은 베이징 역 버금가게 크다. 물론 내가 가본 곳은 베이징 역과 서역이 전부이지만, 이 정도 추리는 나이 어린 꼬마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우리처럼 사흘만 돌아다녀도.

    다시 고궁 근처로 눈을 돌리면 베이징 최대 번화가로 불리는 왕푸징(王府井) 거리가 있다. 이 곳에는 커다란 백화점과 쇼핑몰 등이 몰려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또 한쪽 길에는 길을 따라 길게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다. 여기서는 대체 무엇을 파느냐하면,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신기한(그리고 좀 징그러운) 먹거리를 많이 판다. 꼬치에 꿰어 파는 것도 종류가 다양해서, 평범한 야채, 과일이나 고기는 물론이고, 조금 의외로 기다란 생선 한 마리를 통채로 꽂아 튀기는가 하면, 좀 더 찾아보면 개구리 뒷다리에서 메뚜기, 엄지손가락보다 큰 애벌레, 새끼참새에 심지어는 전갈도 있다. 확실히 중국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잘 먹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눈앞에서 그 수많은 괴기요리(?)를 접하니 왠지 별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다. 그래도 온 김에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참새꼬치를 하나 먹었는데, 튀긴 다음 뿌려주는 이상한 향료의 맛은 그렇다치고, 차마 머리통만은 먹을 수 없어서 떼어버렸다. 그래도 하나 먹어보았다는 생각에 만족했다. c0003499_22281728.jpg

    베이징에는 선용이라는 오래 된 친구가 살고 있다. 아버지의 직장일로 가족이 전부 와 있는 터였다. 갖고 간 전화번호로 통화를 해서 만날 수 있었다. 만난 첫 날은 시간이 늦어서 간단히 식사만 하고 헤어졌는데, 이 때 베이징의 지방술을 마셔보았다. 보통 빼갈이라고 부르는 이 술은 30도가 넘는 독한 술이었는데, 술에 약한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 못할 상대였다. 몇 잔 마시고 그 날 밤은 밤새 끙끙 앓았는데, 신기하게도 숙취는 전혀 없었다.

    다음 날은 오랜만에 만난 기념 + 여행온 기념으로 그 유명한 <까오야>라고 부르는 북경 오리를 대접해 주었다. 안타깝게도 배가 불러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중국 요리는 짠맛이 특징이 될 정도를 넘어 대단히 짜다.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이라는 게 친구의 설명이었는데, 먹으면서도 익숙해지기까지 고생할 생각을 하니 걱정도 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기념 사진도 같이 찍고 버스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한국에 들어오면 보답으로 거하게 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 녀석을 만나러 가는 길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를 들렀다. 확실히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최근에 한국 사람들이 점차 옮겨와 모여 살기 시작했다는데 건물이며 사람들이 훨씬 세련되었다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마침 월드컵 얘기가 나와서 중국의 분위기를 물었더니 못 배운 사람들은 기뻐하는 반면 오히려 지식층이 우리 나라의 성적에 대해 배아파하더라고.

    베이징에서는 사흘을 묵었다. 우리가 중국을 여행하면서 제일 북쪽에 있었던 도시인데, 우리가 머무는 동안은 그래도 날씨가 흐린 편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가 베이징을 떠난 뒤 얼마 안 되어 엄청난 더위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나마 우리는 편하게 다닌 것일지도…

    베이징 서역에서 뤄양(洛陽)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무려 1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렇게 오랜 시간 기차를 탈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무척 기대도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기차는 지겹게 탈 테니 너무 들뜨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어쨌든 여행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다음은 삼국지연의의 무대가 되었던 뤄양(洛陽).

  • 2005/08/30 22:40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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