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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기 - 5.홍콩

  1. 홍콩 (향항 : 香港)

    홍콩이 1999년에 중국에 반환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걸려있던 영국의 유니언 잭이 내려지고 중국의 오성기가 올라가는 그 광경은, 단순히 한 도시의 반환이라는 의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서구 주도의 20세기에서 중국이 새로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21세기로 넘어가는 한 상징으로 볼 수 있겠다. 그렇게 중국의 품으로 돌아간 홍콩은 중국에서 최고 번화한 도시임은 물론이요, 아시아나 세계 수준에서 보아도 몇 손가락에 꼽는 경제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홍콩은 중국 본토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일단 이전의 영국식 교통법에 의해서 찻길의 좌우가 반대이고, 생활 수준이 판이하게 다르고, 그외에도 도시 곳곳에서 본토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게 전혀 다른 곳을 들어가기 때문인지, 짧은 거리를 가는 기차 여행도 본토보다 엄청나게 비싸다. 물론 본토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은 기차 시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구이린에서 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 새벽녘에 도착한 곳은 광저우(廣州). 좁은 버스 안에서 힘들게 자느라 지친 몸을 끌고 광저우 동역(東驛)으로 향했다. 광저우 역시 중국에서는 대표적인 대도시이다. 게다가 남쪽 지방의 도시는 대체로 일찍 개화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귀족적인 문화의 영향 탓인지, 도시의 모습이 이태껏 북방에서 보았던 도시들에 비해 화려하다. 고가도로를 지나며 멀리 보이는 건물들은 베이징에 있는 것들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이다. 그만큼 이 지방 사람들의 자존심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홍콩까지는 광저우에서 기차로 약 2시간. 그러나 제대로 달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잠시 달리는가 싶어도 금방 속도를 줄여 천천히 지나간다. 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도 대체로 광저우와 비슷하다. 광저우와 홍콩 사이에는 선전이라는 도시가 하나 있는데, 여기는 역사가 짧은 신흥 공업도시이지만, 그만큼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 현대식 건물이 많다. 광저우에서 홍콩까지가 마치 하나의 커다란 도시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다. 물론 남은 여정이 대부분 이와 같은 국제적인 대도시들이어서 앞으로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계속 함께할 풍경이므로 너무 일찍 설레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홍콩 기차역에 내리니 정말 여기가 중국일까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게다가 30도를 웃도는 바깥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물 안은 냉방이 무척 잘 되어 있어서 바깥의 열기를 조금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바깥이 더울 것이라는 생각도 잊게 만들어서, 처음 문을 나서면 지옥의 입구에 첫발을 내디딘 듯한 느낌마저 난다.

    홍콩은 아직 중국에 반환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자에게는 본토와 비교할 때 장단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현대적인 시설, 편리한 교통, 영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겠지만, 반면에 물가가 너무 높고 건물 바깥은 하루종일 후덥지근하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홍콩의 여름은 우리 나라와는 비교도 안되게 무덥다. 한밤에도 기온은 30도를 웃돌며, 더 큰 문제는 습도가 무려 80%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홍콩의 밤거리를 걷다보면 어느새 땀으로 범벅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더운 날씨 탓인지, 역설적으로 홍콩의 건물 안은 그 어느 곳보다 시원하다. 하다못해 작은 가게라도 냉방 시설만큼은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오죽하면 거리를 지나가다 열린 문으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발을 휘감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밖에서 땀을 줄줄 흘리다가 건물에 들어가서 말끔히 마르고, 다시 밖으로 나와 땀을 흘리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해가 지기도 전에 지치기 쉽다. 그만큼 적응이 되지 않기 때문이리라.

    홍콩의 중심인 카우룽(九龍) 반도,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침사추(尖沙?). 이 곳은 언젠가 홍콩 영화에서 본 듯한 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건물마다 빽빽히 들어찬 가게, 정신없이 걸려 있는 간판들, 좁은 보도를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도로를 메운 자동차,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홍콩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알게 된 점 중 하나가, 패스트푸드 점 중에는 KFC가 가장 많다는 사실인데, 신기하게도 홍콩에서만큼은 맥도날드가 훨씬 많았다. 게다가 이곳의 사람들은 대단히 서구화되어 있어서, 아침식사도 맥도날드에서 해결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이 얘기는 나와 일행 역시 아침식사를 하러 맥도날드에 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의상으로 짐작할 수 있는 국적 또한 다양해서, 중국, 한국, 일본 세 나라는 물론 인도 지방의 사람이나 서양인, 그 밖에 추측할 수 없는 옷차림의 사람도 가끔 눈에 띈다. 이들 중에는 직접 무언가 먹을 것을 가져와서 자리만 잡고 먹는 사람도 있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홍콩이 이미 중국으로 반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데는 비자가 필요하다. 물론 중국에서 홍콩으로 가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러므로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받은 단기 비자는 홍콩으로 들어가는 순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때문에 우리 일행이 홍콩에 도착해서 곧바로 한 일이 새로 비자를 신청하는 것이었다. 비자가 없으면 남은 중국의 여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콩에 도착한 것은 금요일이라, 하루만 늦었어도 하마터면 비자 발급이 며칠씩 미루어질 뻔했다. 비자 발급에 사흘은 걸리기 때문이다. 찾아간 여행사에서는 친절한 할아버지가 들어오는 손님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홍콩 사람들은 영어도 제법 잘 한다. 덕분에 그때까지 머물렀던 어느 곳보다 쉽게 다닌 편이다.

    사실 홍콩은 어떤 귀한 유물이나 문화적 명소를 보기 위해 찾을만한 곳은 아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분명히 중국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활기와 생동감이 넘친다. 이제껏 유서 깊은 중국의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낙후된 시설을 이용하는 데 지친 우리들에게, 홍콩은 쾌적함과 친근감을 동시에 주는 곳이었다. 도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리와 사람들. 침사추의 거리는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 나름대로의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홍콩의 밤거리는 대단히 화려하고 북적댄다. 밤에도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법 없는 여름의 밤거리는 마치 그곳에 결코 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낮에 못지않은 열기를 뿜어낸다.

    환한 가로등과 색색의 간판을 따라 걷다보니 한 회전초밥집이 보였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으로 보아 꽤 인기있는 집인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러서 초밥을 먹었다. 밤이지만 무더운 날씨에 오래 걸은 뒤라 지쳐있었던 참에, 깔끔한 초밥의 맛은 담소를 나누며 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엄청난 홍콩의 물가에 비한다면 제법 싼 가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내가 한턱 쏘는 형태로 되어버렸다. 크흑.)

    홍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 유명한 홍콩의 야경. 홍콩 섬에 있는 빅토리아 피크(Victoria’s peak)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게다가 여기까지 올라가는 전차 또한 기묘한 형태다. 워낙 경사가 급한 탓에 올라가는 대부분은 반쯤 누워서 가는 셈이다.

    서둘러 올라간 탓에 해가 지기 전부터 기다리긴 했지만, 주말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기 좋은 난간 자리를 확보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사진도 찍고 천천히 감상하며 저녁 식사시간을 기다렸다.

    저녁식사는 바로 옆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하였다. 사실 홍콩의 물가를 생각한다면 이런 사치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긴 했지만,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다가, 그간 누리지 못했던 호화를 한 번쯤 누려보자는 생각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봤자 대단한 건 먹지 못했지만. (특히나 나는 이날 운 나쁘게도 배가 아팠다. 여행 도중 한 번도 없었던 배탈이 하필 이런 간만의 기회에 찾아온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일본인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사실 홍콩에 와서 쇼핑을 하며 느낀 것이지만, 일본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게다가 이곳은 일본의 경제력에 많은 영향을 받는 듯, 가게 점원이 일본어를 할 줄 알고 일본 엔화도 그대로 통용되며, 심지어 아침에는 일본어 방송을 하는 것까지 보았다. 한국의 그것과는 너무도 차이나서 은근히 기분이 나쁠 정도로. 게다가 일본 사람들은 이곳에 별 부담없이 쇼핑하러 찾아오는 듯한 인상이었다. 물론 우리 나라에 비해서도 쇼핑하기에는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학생들로 보이는 남녀들까지 종종 눈에 띄는 것은 우리 나라의 사정에서는 좀 어리둥절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홍콩에 대해서 할 말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사실 보고들은 것은 이보다 훨씬 많지만, 가끔씩 TV에서 보이는 미려한 홍콩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에 그다지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여기서는 중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던 새로운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돌아본 많은 도시들이 목표로 삼는 것도 어쩌면 이런 홍콩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변해갈 지, 그 축소판을 미리 본 듯한 느낌이다.

    홍콩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기차 역시 올 때처럼 쾌적하고 편안했다. 다만 올 때와 다른 것은 서서히 하루가 저물어가는 창 밖의 풍경과, 이제는 여행이 거의 끝나간다는 생각이 함께 했을 뿐… 처음 여행 계획에서도 홍콩을 지나 상하이를 거쳐 칭다오에 가는 것으로 여행은 끝이 난다. 물론 실제로는 약간 다르게 되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 조금씩 귀국의 날이 가까워오는 가운데 중국의 도시 순행은 계속 되고 있었다. 다음은 사실상 마지막 여행지이자 오랜 역사의 국제적 대도시, 상하이(上海).

  • 2005/08/31 22:47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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