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312251

중국여행기 - 6.쑤저우

  1. 쑤저우 (소주 : 蘇州)

    쑤저우는 중국 동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여기는 상하이에 사흘간 머물면서, 하루 시간을 내어 돌아다닌 곳이다. 우리가 굳이 이런 작은 도시에 하루 시간을 내어 다녀온 것은, 상하이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풍문으로 들어온 <소주 미녀="">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상하이 주변에는 커다란 호수로 유명한 항저우(抗州), 중국 남부의 수도라 할 수 있는 난징(南京) 등, 조금만 더 시간을 내면 훨씬 볼거리가 많은 도시들이 즐비하다. 그런 도시들을 제쳐놓고 쑤저우를 1순위로 택한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런 이유로 갔던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내가 굳이 유명한 상하이에 비해 별볼일 없는 이 작은 도시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한 달에 걸친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화려한 상하이에서 짓고 싶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바로 이 쑤저우라는 도시가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결코 앞서 말한 미녀들 때문이 아니다. 사실 쑤저우라고 특별히 미녀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딘가 차분하고 기품있는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물론 다른 일행들은 재미없어했지만, 나 자신은 시안, 구이린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곳이 바로 이 쑤저우다.

    쑤저우 역에 내려서니 넓은 광장이 앞에 자리잡고 있다. 작은 도시인데도, 역사 하나만큼은 우리 나라 여느 대도시의 것을 압도한다. 큰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이라고나 할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주변을 둘러싼 새하얀 벽에 푸른 기와로 된 건물들이다. 안내 책자에 이 하얀 벽과 푸른 기와에 대한 설명이 있기는 했지만, 직접 보니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확실히 백색과 청색의 구도는 깔끔한 느낌이다. 게다가 거리의 커다란 가로수들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거리는 한가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말 듯한 어두운 날씨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우산을 놓고 나와서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이제와서 어쩌랴. 잠시 기다려 버스를 타고 첫 번째 목적지인 북탑(北塔)으로 향했다.

    북탑은 말 그대로 탑이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7층 정도 되었던 것 같다. 탑 주변에는 자그마한 정원이 꾸며져 있었는데, 나무들이 제법 잘 자랐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 뒤였다. 부슬부슬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을 맞으며 입구를 지나 탑으로 들어갔다.

    이런 탑들은 우리 나라에서 흔히 보는 석탑의 개념과 달라서, 실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탑이다. 옛 신라 황룡사 9층탑이 이러했을까. 탑의 기본 구조는 석재이고, 계단이나 난간 등은 목재로 되어있다. 계단이 무척 가파르고 오래되었는지 약간 삐걱거리는 소리도 나서 내심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래 유지되는 걸 보면 실제로는 꽤 튼튼한 것 같았다.

    비가 내리는 습한 날씨라 탑의 꼭대기까지 이르기까지 제법 땀이 흘렀다. 하지만 한 층씩 탑을 오르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수고로움은 별 것 아니게 느껴진다. 단 한 층만 더 올라가도 아래에서 보았던 것과는 색다른 기분이 난다. 쑤저우는 도시 규모도 작고 높은 건물이 없어서 탑에 오르면 멀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차역을 나와 처음 우리를 맞아주었던 새하얀 건물들이 탑 주변과 저멀리까지 감싸고 서 있다. 화려하거나 생동감 넘치지는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품있는 느낌이었다. 여행의 전반부에 북쪽을 둘러보고 후반부에 남쪽을 둘러보면서 느낀 두 지방 문화의 차이를 설명하자면, 북쪽은 예로부터 많은 왕조와 이민족들이 서로 투쟁하는 역사를 간직한데다, 기후 또한 건조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투박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건물이나 거리를 지나며 살펴보아도, 웅장한 느낌은 주지만 결코 부드럽다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남쪽 지방에 오면 이런 분위기는 부드럽고 여성적인 것으로 바뀐다. 아마도 예로부터 화려한 귀족문화의 중심이 되어왔기 때문이고, 기후로 보아도 온난다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남부에서도 적어도 내가 다녀본 도시들 중에서는 바로 이 쑤저우가 가장 여성스러웠다. 평온한 거리, 새하얀 건물, 한가로이 지나가는 사람들, 이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샌가 여행자의 입장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살아온 동네를 지나는 듯한 상상에 빠지게된다.

    탑을 내려와 거리를 걸어본다. 비록 처음 우리를 맞이한 기차역사는 이 자그마한 도시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다란 것이기는 했지만, 그 외의 모든 것들은 이 소박한 도시에 잘 어울리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어쩌면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에 구태여 자신을 꾸미려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순수한 모습이 내가 중국을 다니며 한 번쯤 꼭 보고 싶었던 것들이다.

    중심가 역시 여느 도시에 비해 조촐하다. 달리는 차들 역시 그리 많지 않고, 비가 내린 탓이라고는 해도 보도에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은 없었다. 대신 높이 솟은 거리의 가로수들만큼은 이 도시의 오랜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잠시 걷다보니 <졸정원>이 나왔다. 이곳은 옛날에 한 청렴한 관리가 벼슬을 물러난 뒤 <어리석은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는 뜻의 이름을 붙여 지은 정원이라고 한다. 국가에서 지정한 것을 보면 상당히 가치있는 문화재임을 알 수 있었지만, 입장료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이와 비슷한 다른 곳을 보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일까, 택시 기사가 우리가 가려는 곳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더니 뭐라고 열심히 떠드는 것이다.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그러나 한참 애쓴 끝에 대충 말뜻을 알아들었는데, 우리가 가려는 곳이 그날 열지 않았다는 뜻인 듯 싶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쑤저우를 찾은 것이 주말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단순히 다들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가지가 작다고는 해도 계속 걸은데다 비까지 내리고 있었으니 어딘가 들어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다들 간절했던 것 같다. 결국 무언가 더 구경하는 것은 포기하고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결국 잠시 쉬다 거리를 걷는 것으로 쑤저우의 일정은 끝이 났다.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기차역까지 걸어갈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건 너무 힘이 들 것 같아서 결국 올때처럼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기차역으로 향하기 전, 어둑어둑해지는 거리를 걸었다. 여전히 조용한 거리, 비록 날씨는 좀 후덥지근했지만, 비록 주변의 건물들은 오래되고 낡았지만, 비록 거리에 내걸린 간판들이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나는 마치 책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언젠가 읽어본 듯한 그런 분위기와 풍경… 탑 위에서 바라본 시가의 정경이 그런 느낌을 부채질했는지도 모른다.

    쑤저우의 특산품은 비단인 것 같다. 이 지방의 여러 도시들이 비단으로 유명한 듯 한데, 실제로 거리에도 비단 가게가 눈에 띄었다. 쑤저우를 방문한 기념으로 손수건 하나정도 샀더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질 못했다.

    기차는 왔던 길을 되짚어 상하이로 돌아갔다. 이때는 상등석을 탔는데, 처음 중국에 도착에서 텐진(天津)에서 베이징으로 갈 때 이후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상등석과 보통석의 가격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인데, 그나마 1시간 거리인 상하이-쑤저우 간에서는 요금이 그리 크지 않은 덕분이다. 상등석이라고 해도 우리 나라의 무궁화호 수준이긴 하지만.

    이제 여행 중 거친 모든 도시를 방문한 것이다. 이제 내가 이야기할 곳은 단 한 곳, 쑤저우를 오기 전 도착한 상하이(上海)밖에 남지 않았다. 원래는 유명한 휴양도시 칭다오(淸島)를 마지막으로 들를 계획이었으나 기차편이 없는 바람에 부득이 상하이에서 일정을 마치게 된 것이다. 아쉬움은 남겨두고 이제 한 달간의 중국 여행이 끝나려고 하고 있다.

  • 2005/08/31 22:51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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