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312305

후기

드디어 길었던 여정을 담은 일곱 편의 긴 글을 마쳤다. 사실 각각의 글이 분량으로 볼 때 그다지 긴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쓰는 나에게 있어서는 두 달이 넘는 긴 작업이었다.

이 별 것 아닌 글들을 쓰는 데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는 순전히 내가 게으른 탓이다. 그렇지만 한마디 나 자신을 변호하자면, 여행을 다녀와서 지금까지 나름대로 신경 쓸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방학 끝 무렵에 있었던 대학원 시험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고, 방학이 끝난 뒤에는 잠시 학기초의 활기찬 분위기에 빠져서 지루한 글쓰기에 매달릴 기분이 아니었다고 해 두고 싶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내 욕심이 너무 컸던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하루에 한 페이지 이상 쓴 경우는 거의 없다. 대체로 몇 줄 쓰다보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궁해지고, 그러면 다시금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처음에 갖고 있던 의욕이 타성으로 변해버려서, 끝 무렵에는 글쓰는 것 자체가 상당히 고역스럽기도 했다. 가장 심했던 것이 구이린을 마치고 홍콩의 이야기를 쓸 때였다. 방학이 끝나고 새로 쓰기 시작한 부분이기도 한데, 이때는 사실 여행기간에 있었던 많은 일들이 서서히 잊혀져가던 때라 회상하며 써 내려가기가 무척 어렵기도 했다. 처음부터 여행일정에는 얽매이지 않고 쓰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대강의 순서는 지켜야 앞뒤가 맞는 법인데, 기억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서 그것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데만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이제는 그런 의무감에서 벗어나서 홀가분하다. 그리고 부족한 점은 많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한 일이니 후회는 하지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 쓰고 싶었던 사건이나 느낌을 모두 담지는 못해 아쉽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아직 많이 미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어쩌랴,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는 법이니.

한가지 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여행 중 찍은 그 많은 사진을 아직 올리지 못한 점이다. 스캔을 하게 된다면 꼭 올리고 싶다.

  • 쓴 지 4년 가까이 지난 글을 블로그에 새로이 올리는 시점에서 덧붙이자면, 이 글들은 2002년 여름에 한 달간 중국에서 배낭여행을 하고 돌아온 뒤 틈틈이 쓴 글이다. 특별한 기록 없이 기억에 의존해서 쓰다보니 헷갈리는 부분도 종종 있었고 아마도 잘못된 내용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디카가 없었던 터라 필름을 대여섯 통 사가서 찍었는데, 이제서야 일환이 덕분에 스캔한 파일을 구할 수 있었다. 비록 전체 사진 수에 비해서 스캔한 것이 몇 장 안되고 (글 중간중간 끼워져 있는 것이 거의 전부) 모든 사진이 둘이 함께 찍은 것밖에 없다는 점(사실은 조합이 더 다양하다)이 조금 아쉽지만, 어쨌든 이렇게라도 사진을 추가하게 되어 만족스럽다.

  • 중국 여행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가장 길고, 가장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글 중간중간 다시 오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는데 앞으로 과연 가능할지…

  • 2005/08/31 23:05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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