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42351

영화와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책으로, 1권부터 5권까지 다 읽은 것이 지난 주말. 일과를 마치고 종로의 <필름포럼>(구 허리우드 극장)으로 달려가 영화를 본 것이 이틀 전인 월요일. 전국에서 단관 개봉이라는 소식을 듣고 가볼까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읽고있던 책을 끝마치고 보겠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월요일 저녁에 즉흥적으로 보게 되었다. 일단 단관 개봉이라는 점이 오히려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도 있었고, 책에서 읽은 그 난해한 이야기를 대체 어떻게 영상으로 풀어나가겠다는지 궁금한 것도 이유가 되었다. 다만 문제는 언제 보느냐였는데... 평소에 영화관에 가는 일이 드문데다 종종 보고 싶은 영화마저도 하루이틀 미루는 바람에 결국 간판을 내리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한 경험으로 보아 이번 역시 비슷한 결말이 되지 않겠느냐하는 것이 스스로의 짐작이었는데, 의외로 마지막 5권을 덮은 지 불과 하루만에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는 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일주일이 시작하는 바쁜 월요일, 그것도 일과가 끝나고 피곤할 저녁 시간, 다른 때 같으면 일찌감치 집으로 향하고 있을 시간에 오히려 반대 방향인 종로로 향하다니, 아무런 계획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물 한 방울 떨어져 일으킨 작은 일탈쯤 되려나. 8시 40분에 시작하여 10시 반이 넘어서 끝난 덕분에 집에 돌아온 시간은 거의 자정이었지만, 늦게 돌아온 피곤함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화가 나름대로 재미있었기 때문에. 각설하고, 내 예상과는 달리, 어쩌면 예상대로 영화의 내용은 책과 동일하지 않았다. 우선 전체 줄거리가 1권에 한정되 어 있는데다, 결말도 다르고 책에 비해 훨씬 코믹했다. 물론 다섯 권의 책을 두 시간도 안되는 필름에 모두 담을 수 있을 거라는 건 기대도 안했지만.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두 작품의 관점이 전혀 달랐다는 점이다. 책 속 어느 곳에서 주인공이 '이상적 여인'에 대해 언급했는가? 이야기의 큰 틀이 절대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맞춰져있지 않았건만, 영화 속 주인공에게 있어서 사랑은 파괴된 지구보다도 더 큰 문제로 다가왔다. 물론 관중을 위한 해피엔드로 마무리짓고.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도 책을 읽으며 그렸던 상상속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자포드의 머리 (음? 어깨 위에 나란히 두 개가 붙어있을 줄 알았건만), 포드 (왜 흑인? 인종차별에 반대해서?), 순수한 마음 호 (늘씬한 맵시를 상상했는데), 마빈 (3PO는 저작권 문제라도 생기려나) 등등.. 책과는 그 관점을 달리하지만, 어쨌든 영화로서도 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영국식 유머가 별 매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단관 개봉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정도면 요즘 세대에게는 꽤 인기를 끌었을 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도입부에 등장한 돌고래들이 합창하는 <so all="" and="" fish="" for="" long,="" thanks="" the="">
영화가 끝나고 집에 오는 도중 내내 그 유쾌한 가락이 맴돌았다. (변명하자면, 버스 안에서 자는 시간 동안은 예외다)

포스터에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 일어서지 말고 기다려서 보세요"라는 설명이 되어있길래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결국 책에 나왔던 짤막하고 황당한 에피소드였다. 내용을 아는 입장에서는 무덤덤했지만 보는 사람들 중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있던 것으로 보니 원래 내용을 모르고 본 사람들도 꽤 되는 듯 싶다.
</so> - 2005/09/14 23:51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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