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60023
불쾌한 인간들
집에 오는 길, 지하철을 탔는데 어느 역에선가 문앞에 기대선 내 옆으로 커다란 개 한마리가 쑥 밀고 들어왔다. 흠칫 놀라면서 내려다보니,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안내견이었다.
이전에도 한 번 본 적 있는 터라 별 생각 없이 자리를 양보해주고 약간 뒤로 물러섰는데, 주위에 둘러싼 사람들 반응이 여간 불쾌한 것이 아니었다. 술이라도 했는지 얼굴이 벌건 왠 아저씨는 주인이 대답하기 싫어하는데도 연신 개에 대해 질문을 해대고 여자애 하나는 아예 쭈그리고 얼굴을 들이대고 보지를 않나, 그 엄마인 듯한 아줌마는 방정맞게 껌을 딱딱 소리내며 씹으면서 거들고 한술 더떠서 노약자 보호석에 앉아서 주인이 듣든말든 안내견을 보며 어쩌구저쩌구 떠들어대는 꼴이라니. 주변 사람들도 하나같이 뭐 그리 신기한지 모든 시선이 안내견을 향해 있었다. 주인이 볼 수 없었던 것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기들끼리 떠드는 것을 보고 뭐라고 하기도 참 그래서 가만히 참고 서있던 내 소심함이여. 저주를 받을 만큼은 아니라도 충분히 한심한 꼴이구나.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맹도견은 고된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다 평소 생활 자체가 온통 주인을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탓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로 인해 수명도 다른 개들에 비해 훨씬 짧다고 한다. 주위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쓰다듬어 주기보다는 무덤덤하게 있는듯 없는듯 대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 2005/09/16 00:23 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