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262215
<무라카미 라디오> - 센트럴 파크의 매
- 이 글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라카미 라디오="">에 실린 글을 제멋대로 번역한 것입니다.무라카미>
요사이 아침 이른 시간에 센트럴 파크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는데 저수지의 철망 위에 한 마리의 매가 보였다. 매야 동물원 우리 안에서밖에 본 적이 없어서 정말로 놀랐다. 그것도 산 속이 아니라 뉴욕의 한가운데여서 무심코 눈을 슥슥 비비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매가 맞았다. 틀림없다. 나는 잠시 멈춰서서 그 빠릿빠릿 날쌔보이는 깃털과 쿨하고 와일드한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운지하고 생각했다. 뉴욕에 가면 보통 이스트사이드나 센트럴 파크에서 가까운 미드타운에 호텔을 잡는다. 지역적으로 말하자면 사실은 좀더 아래쪽의, 서점이나 중고 레코드 가게들이 모여있는 빌리지나 소호 부근이 마음에는 들지만, 아침에 센트럴 파크를 달릴 수 있다는 매력에는 아무래도 이길 수가 없어서 결국 업타운 쪽에 숙소를 잡게 되고 만다. 혹시 뉴욕에 센트럴 파크가 없었더라면 이정도로 그 거리를 갈 일은 없지않을까하는 기분마저 들 정도이다. 그땐 몰랐는데 내가 발견한 매는 상당히 유명인인 것 같다. 매란 대체로 낭떠러지에 둥지를 틀지만 뉴욕의 고층 빌딩은 생각해보면 낭떠러지 비슷한 물건인데다, 센트럴 파크는 작은 새나 다람쥐 등의 먹이가 충분하다. 그런 연유로 이 매는 대도시의 한가운데에서 유유히 (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살아가고 있다. 한 쌍이 같이 살고 있으며 새끼도 치는 것 같다. 먹이가 될 다람쥐나 작은 새들은 <어어, 정말이야!>하고 힘들어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자연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천루(고풍스럽네)의 처마를 빌려서 둥지를 짓는 뉴욕의 매라니 멋지지 않은가. 동경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엄청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절대로 그렇게 높은 곳에서 살 수는 없다. 뭐랄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애시당초 매같은 건 될 수가 없을 것이지만. 센트럴 파크를 업타운까지 달린 다음 휙 돌아서 호텔에 돌아오면 대체로 10킬로미터 가까이 된다. 기분 좋은 거리다. 공기도 좋고, 공원 안에는 신호도 거의 없다. 계절은 가을로 시원하게 땀을 흘릴 정도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근처의 커피하우스에 들어가서 소세지와 계란을 곁들인 빵을 아침식사로 주문한다. 뜨거운 블랙 커피를 마시면서 다시금 매에 대해 생각한다. 그 매는 아침 잘 먹었을까? 무엇을 걸어도 좋지만 아침 여섯시가 좀 넘어서 한마리 아름다운 매를 만나는 정도의 멋진 하루라면 여간해서는 없지요.
- 2005/12/26 22:15 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