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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 하는 심정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졸린 눈에 대충 밥먹고 옷 챙겨입고 집 나와서 회사가는 일상이 반복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살면서 이런저런 일이 주변에서 혹은 나에게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일상의 모습이다. 무언가 느낀 점이 있다면 그때그때 적어두면 편하겠지만 막상 모니터 앞에 멍하니 앉으면 귀찮음에 못이겨 미루고 또 미루고 하다가 야금야금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막상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그간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있자니, 왠지 국민학생 시절 개학을 하루 앞두고 밤새 끙끙대며 채우지 못한 일기장과 씨름하던 경험이 떠올라서 일면 반갑고 일면 부담스럽다.

시작하기 쉽게 최근 일부터 떠올려볼까… 얼마 전에 회사에서 버티컬 마우스를 주문했다. (버티컬 마우스가 무엇인지 모르시면 http://www.verticalmouse.co.kr/order.php로 들어가서 적절하게 죽죽 링크를 따라가 보시기를)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일은 일년에 몇번 없는 드문 경우인데, 대신 사겠다고 마음 먹으면 주저없이 손이 나가는 편이다. 사용한 지는 일주일 정도 되었고, 이제 어느 정도 조작에 익숙해진 듯 하다. 주변에서 사용효과를 종종 물어보는데, 정작 버티컬 마우스를 사용할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 단, 집에 와서 보통 마우스를 오래 사용하면 손목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아선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겠다.

지난 두 주간은 어떤 의미로는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작년 이맘때는 입사하고 팀배치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뭐가 뭔지 모르던 때였는데, 주변 사람들이 일은 전혀 하지 않고 하루종일 빈둥대는 것 같아서 몹시 당황한 적이 있다. 개발팀 업무 특성상 상반기에 한가하고 하반기에 바빠지게 된다. 문제는 내 지금 모습이 딱 그렇다는 것인데, 어쩐지 주변을 돌아보면 나홀로 도도하게 빈둥대고 있는 것 같아서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 때도 종종 있었다. 다음 주부터는 조금 나아질 것 같은 기대감을 품고는 있지만.

지난 1월에 발표한 논문을 저널 출판용으로 다시 고쳐서 내야 했다.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 전날 새벽에 미국에 있는 연구실 선배로부터 문자를 받았고, 회사에서 하루종일 모든 일을 제쳐두고 작업에 매달려서 간신히 완성했다. 웹마스터는 한달 전에 미리 통보 이메일을 보냈다고 하는데, 막상 나나 선배나 받은 적이 없으니 이거야 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게다가 나는 LaTex를 써본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마재에게 물어서 어찌어찌 작업은 마쳤는데, 그쪽에서 원하는 규칙을 100% 맞췄는지는 솔직히 확신이 없다. 아직까지 별다른 연락이 없는 걸로 봐서는 헛고생을 했을 가능성도 전혀 없는 건 아닌데…

4월 중에는 작년부터 시작한 개발 과제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원래는 3월까지 진행하는 과제였지만, 3월에 인수시험 마치고 4월에 교육과정과 상부 보고도 마치고 나서야 진정으로 과제가 끝난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에도 자잘한 일들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일단은 첫 과제를 나름대로 괜찮게 마무리지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올해는 그에 이어서 2단계 과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5,6주 전부터 원재와 함께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강습에도 슬슬 익숙해져 가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졸업공연을 할 수 있겠느냐인데… 일정이 아직 확실치 않아서 고민되는 부분이다. 기회가 있을 때 잡으라는 말도 있고.

조금은 머리를 짜내어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올봄에도 이런저런 일이 나를 스쳐간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나간 시간은 좋은 기억만 남는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 와중에도 불편했던 시간, 기분 나쁜 사건 등등 있었겠지만 남는 것은 무언가 보람있거나 기분 좋았던 일들 뿐이다. 시간은 항상 나의 편인 것일까?

  • 2006/05/19 22:48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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