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192318

레시피: 답장 메일

모월 모일 나른한 오후 X시 XX분, 사내 메일함을 확인해 봅니다. 엇, 메일이 왔군요. 열어보니 다른 부서에서 온 메일입니다. 내용은… 얼마 전에 제가 개발 과제를 담당한 시스템을 활용해서 서비스 장애를 포착한 것에 대한 보고이군요. 저는 참조로 같이 들어 있습니다. 사실 이쪽에서 같이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이지만요.

어쨌든 덕분에 저희 팀에서도 윗쪽에 보고할 거리가 하나 생긴 셈이지요. 자료를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는 내용의 답장 메일을 보내야 하겠습니다.

우선 <답장> 버튼을 클릭하고, 화면이 열리면 처음 받은 메일의 내용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첫마디는 일단 인사를 해야겠죠. '안녕하세요,' 줄을 바꿉니다. 이제 뭐라고 써야 할까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다시 손가락으로 키를 누릅니다. '보내주신 메일은 잘 받았습니다.'

‘관리시스템이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 음, 뭔가 좀 이상하네요. 좀 더 깔끔하게 문장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다시 지웁니다. 일단 손을 놓고 잠시 고민을 해봅시다. 아무래도 사용하는 사람은 상대편이니 그쪽을 강조해서 써주는 것이 좋겠죠. ‘앞으로도 관리시스템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게 되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쓸데없이 엔터키를 여러 번 눌렀군요. 빈줄이 많이 생겼으니 백스페이스 키를 여러번 눌러서 다시 지워줍니다. 이제 마지막에 한 줄만 남았군요. 됐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곧 서비스 장애가 생긴다는 말인데, 이거 자칫 오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써넣기는 뭣하니 괄호를 열고, ‘(그런데 그러려면 서비스 장애가 어쩌구저쩌구… )’ 마지막에는 농담의 의미를 담아 -_-도 붙여주었습니다. 이러면 제 의도를 오해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아,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료를 보내준 데에 대한 감사 표시인데, 정작 그런 말은 하나도 넣지 않았으니 말이죠. 다시 위로 돌아가서 덧붙여야 하겠습니다. ‘…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자, 이제 필요한 내용은 다 들어간 것 같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면서 문장이 이상하지는 않은지, 오타는 없는지 검토를 해봅시다. 다행히도 없군요. 이제 보내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은 어색한 부분이, 메일을 보낸 담당자는 사실 이전부터 잘 알던 사이라서 모든 문장을 ‘~~습니다.’로 쓰고 보니 좀 딱딱한 느낌이 드는군요.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깐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감사의 의미를 담은 네 줄의 답장 메일이 완성되었습니다. <전송> 버튼을 클릭해서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2006/05/19 23:18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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