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062259

지하철이 점점 싫어진다

난 어릴 때는 전철과 지하철을 참 좋아했다. 집이 수원이고 외가가 불광동이라서 엄마와 가끔 외가에 갈 때면 뭘 타고 갈지 가벼운 실랑이를 벌인 적이 많았다. 엄마는 버스를 좋아하셨고, 난 버스는 멀미 때문에 기피한데다 지하철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대여섯 살떄의 장래 희망은 지하철 운전수였고, 수원역에서부터 서울역 정도까지는 줄줄이 역을 외웠던 것 같다. 그리고 기억나지는 않지만, 역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따라 달리곤 했다고 들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지하철은 많이 타고 다녔다. 얼마 전에 독립해서 신촌에 살면서는 제일 빠르고 유일한 출퇴근 수단이 지하철이다. 이쯤되면 행복한 출퇴근 시간이 되어야 마땅하겠건마는…

요즘 들어 지하철 역에 들어설 때마다 기분나쁜 냄새가 난다. 어찌 보면 이 더운 여름 날씨, 환기 안되는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고려할 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타고 내리는 을지로입구역은 특히 악취가 심한 것 같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도 개찰구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는데 확 풍겨오는 구린내 (똥내?)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지하철을 혐오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꾹 참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유는, 어쩌면 땅 위로 나가봤자 별반 다를바 없는 공기를 마셔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참 서글픈 이유다.

  • 2007/08/06 22:59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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