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92203

억울하려나

아침마다 회사 화장실 앞에 창 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

c0003499_479f207a85922.jpg 영화 <괴물>을 본 사람은 기억할 지 모르겠는데, 극중 박해일이 괴물에 잡혀가버린 조카(고아성 분)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 이동통신 회사에 근무하는 선배를 찾아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실제로 우리 회사가 제작사인 청어람에 투자를 하였고, 얼마간 대가성 홍보의 성격을 띄고 연출한 장면이리라 짐작한다.

극중 상황을 좀 더 설명하면, 일가족이 경찰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박해일은 이동통신회사에 근무하는 선배를 찾는다. 휴대전화의 위치추적 시스템을 이용해서 조카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중간에 아주 잠깐 한 허름한 세탁소가 나오고 박해일이 세탁소 주인 몰래 걸려있던 옷 한벌을 훔쳐 입는 장면이 있다. 여기 등장하는 세탁소가 바로 회사 화장실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있는 실제 세탁소이다. (그리고 세탁소 주인으로 등장했던 아저씨도 실제 세탁소 주인이다.)

아무도 없는 한밤중의 사무실에서 선배를 만난 박해일은 컴퓨터를 통해 열심히 조카의 휴대전화 위치를 찾아본다. 하지만 자신이 믿고 있던 선배는 이미 경찰을 부른 상태였고, 미리 낌새를 챈 박해일이 간신히 사무실을 탈출하는 것으로 장면이 마무리된다.

어쨌든 이 장면이 유일하게 우리 회사와 관련된 부분인데, 영화가 개봉된 후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화제로 삼곤 했다. 임원이나 팀장급은 위치추적 서비스가 제법 홍보가 되었다고 나름 뿌듯하게 생각하는 듯한 발언도 종종 하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 세탁소를 바라보면서 생각하였는데, 영화를 본 사람중 열의 여덟아홉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서비스가 나온 장면을 아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고개를 갸웃할 것 같다. 반면에 통신회사에 다니는 그 뚱뚱한 선배를 기억하냐고 하면 태반은 “아아, 그 비겁한 새X?”하고 되물을 것 같다.

내 마음이 너무 삐딱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그렇다면, 회사에서 제법 큰 돈을 투자해서 찍은 영화로 인해 오히려 이미지가 훼손되었을 수많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한 일이 아닌가 싶다.

  • 위에서 언급한 장면이 관련된 스틸컷을 찾아보았지만 전혀 구할 수 없었다. 그만큼 별 관심을 못받았다는 뜻이리라. 역시 대부분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

  • 2008/01/29 22:03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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