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11617

벌써 일 년

수원에서 신촌으로 이사한 지 오늘로 꼭 일 년이 지났다.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혼자 살게 되면서 일상 생활 중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나는 신촌에 자리를 잡고나서 지난 일년간 뭘 얻고 뭘 잃었을까?

우선 얻은 것부터 꼽아보면,

출퇴근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수원에서 을지로까지는 아무리 짧아도 한 시간 반, 금요일 저녁과 같이 길이 막히는 날에는 두 시간을 훌쩍 넘길 수도 있는 거리이다. 거의 매일 3시간 이상을 길 위에서 버린 셈이다. 물론 출퇴근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달리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몇가지나 있을까? 게다가 난 버스 안에서는 멀미 때문에 책 같은 것을 집중해서 볼 수가 없다. 기껏해야 MP3P로 영어 듣기 공부를 하는 정도였지만, 그마저도 대체로 금방 잠이 들어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였다. 신촌으로 이사온 후로는 회사까지 가는데 20~25분 정도 걸린다. 지하철을 이용하기 때문에 길이 막힐 염려도 없다.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훨씬 여유있게 오갈 수 있고, 일찍 도착해서 독서를 하거나 일이 끝나고 느긋하게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이사오기 전 꼬박 이 년동안 출퇴근에 바친 시간을 계산해보면 거의 천 시간 가까이 된다. 이 시간을 뭔가 다른 일에 쏟아부었다면 훨씬 이득이었을텐데. 시간은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만큼 이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그다음으로는 개인 공간이다. 우리집(수원)에 있는 내 방은 작기 때문에 침대와 책상이 들어가면 몸을 움직일 공간이 별로 없다. 지금은 원룸에 살고 있는데 훨씬 넓다. 가끔 친구들이 올 때도 있는데, 서너 명까지는 충분히 둘러앉아 놀거나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 심심할 때는 바닥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거나 잠을 청하기도 한다.

신촌이 갖는 지리적인 이점도 꽤 크다. 처음 이사했을 때만 해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최근 학원을 다니면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 신촌은 사람들, 특히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 온갖 종류의 가게, 시설, 학원 등이 몰려있는데, 필요한 게 있을 때 항상 집 가까이서 해결이 가능하다. 작년부터 다니고 있는 피아노 학원도 집에서 오 분 거리이며, 최근 등록한 어학원도 비슷한 거리에 있다. 만약 좀 더 외딴 곳에 살고 있었다면 회사에서 학원, 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런 좋은 점이 있는 반면 수원에 살 때보다 나빠진 점도 있는데,

우선 주변 환경이 시끄럽다. 수원에 있는 집은 아파트 단지 안쪽에 있어서 큰길과 멀리 떨어져 있다. 덕분에 한밤중에 차가 오가는 소리라든지 사람들의 고성방가를 들을 일이 전혀 없어서 무척 아늑하다. 밤중에 잠을 설칠 일도 전혀 없다. 하지만 신촌은 항상 사람과 차가 많은데다 원룸 위치도 길가에서 멀지 않아 저녁때면 종종 바깥의 소음이 들려온다. 또한 이것과는 상관없지만 건물 자체의 방음이 시원찮아서 오히려 옆방에서 나는 소리가 더 방해가 될 때도 있다. 물론 내 체질상 그런 이유로 잠을 설치거나 하지는 않지만.

또 한가지는 혼자 살다보니 생활비가 많이 드는 점이다. 관리비, 전기세, 먹거리 기타 등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출이 불가피하다보니 이전만큼 돈을 아껴서 모으기가 힘들어졌다. 특히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남는 시간에 무언가를 하게되니 그런 이유로 나가는 돈도 꽤 된다. 처음 입사할 때 세운 목표를 따라잡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모든 일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다 있는 법이라 항상 좋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체로 이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전세 기간이 이 년이므로 신촌에서의 생활도 꼭 일 년이 더 남은 셈이다. 남은 시간이 아깝지 않게 잘 계획하고 충실하게 보내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 2008/03/01 16:17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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