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32143

푸념 2

엊그제는 개발팀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이 온다는 글을 썼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사업 부서와 회의한 이후 회의가 들어서…)

서비스를 만드는 데 고려해야 할 사항은 참 많지만, 크게 보면 마케팅과 같은 사업적 업무와 실제 구현하는 기술적 업무로 나눌 수 있다. 물론 개발팀의 역할은 기술적 업무이고.

그런데 종종 어떤 한 문제에 대해서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보는 방식이 판이하게 다르다. 예를 들어 기술적으로 깔끔한 설계를 해서 구현한다고 해도 서비스하기 어려운, 시쳇말로 팔아먹기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사업 부서에서는 문제를 제기한다.

반대로 서비스 기획이나 설계 단계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보면, 서비스 사업자나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좋을 수도 있겠으나 구현을 하기 위한 구조가 무척 구질구질해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입장이 충돌할 경우 대체로 타협의 여지 없이 마케팅 혹은 서비스 운용 입장이 더 강력하다. 그야 일단 돈줄을 쥐고 있는데다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한 필수 부서이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것이지만. 하지만 개발팀 입장에서는 애써 이리저리 고민해서 만들어 놓았다 싶어도 막상 (어찌 보면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아보이는, 게다가 이따금 갑작스러운) 사업부서 요구사항 하나로 인하여 홀라당 뒤집어야 하게 되면 속이 쓰리다.

오늘도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회의를 하던 도중 한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고객이 될 회사에 가서 시연을 하였더니 클라이언트 다운로드와 설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불평을 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서비스만 고려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처음 가입하기 위해 이것저것 줄줄이 다운로드하고 설치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겠지만, 나름 여러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능을 고려하여 만든 플랫폼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모든 시간을 합치면 약 1분 정도 걸리는데, PC에서 웬만한 프로그램이나 패치를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하는 시간도 1분은 족히 걸릴 것이다. 휴대폰과 PC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정말 사람들이 쓰고 싶다면 1분 정도는 기꺼이 기다릴 수 있는 시간 아닐까? 예전에 연수원에서 노트북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받은 적이 있었다. 네트웍 대역이 작아서 자기 전에 실행해두고 아침에 일어나서야 다 받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다. 정말로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핸드폰에 무언가를 다운로드 받고 설치하는 것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요금에 대한 우려가 아닐까 싶다.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과금 체계는 패킷당 트래픽 요금과 해당 컨텐츠의 정보이용료로 이원화되어 있는데,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용자는 얼마 없다. 게다가 엄청난 트래픽 요금이 발생한 기사도 종종 접하게 되어, 무조건적으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은 아닐런지. 회사 입장에서 본다면 자업자득인 셈이지만, 작게 본다면 마케팅의 실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스템과 어플리케이션 구현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고객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모바일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해서 서비스를 팔리게 하려다 보니 정공법이 아닌 다양한 꼼수를 써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로 인하여 처음 설계했을 당시의 깔끔한 구조와 운영 정책 등은 멀리멀리 안녕이 되는 셈이다.

사실, 그중에는 기술적으로 아직 미숙해서 생기는 문제도 많긴 하다. 기술이 정말로 완벽해지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게 된다고도 하지 않는가. 하지만 아직 과도기에 있는 모바일 서비스 영역에서,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해답을 찾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 2008/04/23 21:43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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