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60120

와, 세상에 맙소사

지금은 새벽 1시 10분. 내가 이 시간에 자던 중 깨어서 글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창밖으로 커다란 괴성이 들려오는 바람에 꿈에서 깨기 전까지는.

지금 내 방에서 불과 30여 미터 떨어진 큰길(서강대교에서 신촌로터리를 가는 길)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어디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언뜻 들리는 구호에 귀를 기울여보니 “평화시위 보장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등 다양했다. 덤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둔중한 “펑, 펑!” 소리까지.

바로 슬리퍼를 끌고 집 밖으로 나가보니 이미 수백명은 족히 되는 사람들이 차도와 인도에 몰려다니면서 전경과 대치하고 있었다. 간간히 인도에 밀려나온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나처럼 소동에 이끌려 구경을 나온 주민도 많았다.

상황을 살펴보니 전경 일대가 시위대 십여명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구호가 “연행자를 석방하라!”로 바뀌었다. 전경들은 바쁘게 이곳저곳 다니기도 하고, 도로 한가운데 뭉쳐서 대치하고 있기도 하다. 마치 (내가 겪어보진 못했지만) 80년대 민주화 운동에서 나옴직한 모습이었다. 최루탄만 없다뿐이지.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처음 발포 소리라고 생각했던 “펑, 펑!” 소리가 알고 보니 방패를 도로 바닥에 부딪힐 때 난다는 사실이다. 전경들이 도로변에 늘어서서 인도쪽을 바라보고 정렬해 있을 때 얼굴을 보았는데, 앳된 얼굴의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안경을 쓴 통통한 얼굴도 종종 보이고. 얼굴엔 다소 지친 기색만 보일 뿐, 특별히 악의적이거나 적대적인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딱하게도. 아마 저들에게 명령을 내린 상급자는 지금쯤 푹 자고 있겠지.

너무도 갑작스런 상황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뭐가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대체 이 정부는 뭘 어떻게 하고 있길래 새벽 시간까지 학생과 시민들이 도로 한가운데서 시위를 벌여야 하는 걸까. 무능의 극치? 도덕성 상실? 그저 배째라?

처음엔 폰카메라로 사진이라도 찍을까 했는데, 나가보니 내 허접한 카메라가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가 따라다니고 있다. 한번 찍어보고 볼 만 하면 올려야겠다.

덧) 저녁때 친구들과 오랜만에 워3 팀플을 하였다. 마지막 판에 2MB.Forever, 2MB.Love라는 아뒤를 보고 내 친구와 서로 욕을 주고 받았는데 이런 장면도 보게 될 줄이야.

  • 2008/05/26 01:20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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