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022203

야구의 추억

방금 SK와 히어로즈의 경기가 끝나는 것을 보았는데, 인상에 남는 이름이 보여서 끄적.

히어로즈 마지막 타자 이름이 “허준”이었다. 물론 동의보감의 허준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항상 야구를 하며 놀았다. 아마도 3학년 때 시작했던 것 같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친구 중에 허준이라는 녀석이 있었다.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 2,3년 같이 놀았던 것 같다.

얼굴은 희멀겋고 눈이 엄청 나빠 안경을 쓰고 다녔던 녀석이다.

개인적으로 좀 못되게 군 일이 있어서 돌이켜보면 미안한 생각이 드는 친구였는데,

이녀석이 놀라웠던 건, 보기와는 딴판으로 힘이 엄청나게 세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힘이 정말 셌는지는 잘 모르겠다. 직접 맞부딛힌 적이 없으니.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친구의 타격은 또래의 수준을 두 수 정도 넘어선 것이었다.

참고로 그당시에는 테니스 공으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야구를 즐겼는데,

타석에서 반대편에 있는 아파트 벽을 맞추면 홈런으로 인정하였다.

타석에서 아파트까지 거리는 대충 30미터 정도.

홈런은 진짜 드물게 나오는 것이었고 대체로 20여 미터 날아가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허준이 친 홈런은 무려 아파트 7층 복도로 들어가버렸다.

그게 최고 기록이고 이후에 4층 복도로 넘긴 적도 한 번 더 있었다.

비거리로 따져도 5,60 미터는 족히 될 법한 타구였다.

더 특이한 건 이녀석의 배트를 잡는 방식이 바로 “번트” 자세였다는 점.

한손으로 배트 1/3 지점을 잡고 쳤는데, 이렇게 칠 경우 정확도는 높아지지만 파워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렇게 멀리 쳐서 보낼 수 있었는지 정말 미스테리다.

“허준”이라는 이름을 야구에서 보게 되면 항상 그 때 7층 높이의 홈런이 생각난다.

  • 2008/09/02 22:03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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