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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파인만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 이후 두 번째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파인만씨...>가 주로 파인만의 천재성과 독특함에 초점을 맞추었던 데 비해, 이번에 읽은 <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은 그가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얼마나 끈질기게 노력하는지를 보여준다. 노벨상으로 대표되는 천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이야기의 발단은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옛 소련의 한 연방국이었던 탄누 투바라는 나라, 그 수도인 키질(Kyzyl)의 철자가 오로지 알파벳 자음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파인만의 친구)와 파인만은 꼭 그곳을 방문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렇게 시작한 여정은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마침내 저자가 투바의 수도인 키질에 도착하면서 끝난다.비록 싱거운 계기로 시작한 여행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7,80년대 당시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한창인 시대라 미국인이 소련을, 그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외곽의 연방국을 방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저자와 파인만)은 사방에서 투바에 관한 자료를 구하고, 투바를 방문했던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투바어를 익혀서 그곳의 연구소에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지금과 같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없던 시절이라, 편지 한 통을 주고받는데도 몇 달씩 걸리곤 하였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점차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여정에 동참하게 되고, 불가능할 것만 같던 목표가 점차 현실로 다가온다.당시 파인만은 암투병 중이었고, 몇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던 상태임에도 투바에 가려는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하였다. 내가 읽은 것은 책 한 권에 들어갈 만큼 짧은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사건이 시작한 1977년부터 무려 십 년 넘게 계속된 이야기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한 가지 목표에 매달려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파인만의 업적은 번득이는 천재성과 재치보다 오히려 그런 끈기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닐지.비록 자신은 투바 여행이 성사되기 몇 달 전 세상을 떠나 끝내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가 들인 노력 덕분으로 저자를 비롯한 동료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투바의 수도 키질에 도착한다. 하지만 글쓴이의 말처럼 투바에 가는 것 자체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그러한 노력을 통해서 얻은 동료들과 투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실일 것이다.

  • 2009/01/18 10:45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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