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92012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The Hinge Factor)
어떤 집단에서든 리더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삶과 죽음이 한순간에 정해지는 전장임에랴. 저자는 서문에서 “전쟁의 온갖 악덕을 빼고 남는 ‘미덕’은 오직 하나, 진정한 지도자와 얼치기가 곧바로 판명된다는 점이다.”라고 평했다. 심히 공감가는 문장이다.
사실 원제에서 사용한 “Hinge Factor”는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날씨와 같이 전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환 요소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리더의 역할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본문에서는 전장을 지휘한 장군들이 갖고 있는 성격, 품성, 자질의 결함으로 일어나는 실패를 소개한다. 어떤 이는 성급한 성격 탓에, 어떤 이는 감정적인 대응으로, 또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인하여 패배를 자조한다. 만약 정상적인 지휘관이 이끌었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을 재앙이지만, 실제로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전쟁사의 세세한 면면을 읽는 것도, 별다른 죄책감 없이 남의 불행을 고소해할 수 있는 것도 쏠쏠하지만, 내가 요즘 느끼는 회사의 분위기와 돌아가는 상황이 투영되어 더 흥미있었다. 어쩌면 서가에서 책의 제목을 볼 때 그런 것을 기대하고 집어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내심, 소통, 일관성, 통찰력… 이러한 요소가 부족한 리더와 그로 인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점쳐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14세기 십자군 전쟁부터 20세기 2차대전까지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난 전쟁을 연대순으로 소개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대체로 비슷하다. 총성없는 전쟁을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자신의 상황에 잘 적용할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면 이 책을 읽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2차대전 당시 종군기자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황에 대한 묘사가 풍부하고 상세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원문의 느낌을 완전히 전달하지는 못하고 곳곳에 문법 오류도 보이는 등, 번역자의 기량이 그에 못미치는 것 같다. 역사에 특별히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는 못할 주제이기도 하다.
- 2009/02/19 20:12 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