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71402

아이폰 관련 잡상

요즘은 일상적으로 하는 공부나 운동 외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지라 별로 근황을 쓸 거리도 없다.다만 원하던 아이폰을 써보면서 겉으로 보던 것과 다른 몇가지 감상이 있어서 적어본다.

  1. 사실 아이폰은 어찌되었건 “폰”이기 때문에 일차적인 목적은 휴대전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이폰의 통화 품질은 한국에서 써본 어떤 휴대폰보다도 “후지다”. 심지어 1999년 대학 입학했을 때 누나가 선물로 준 애니콜 폴더도 이것보다는 품질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문제를 애플의 폰 제조 기술 부족으로 봐야 할 지, 아니면 AT&T의 3G 네트웍 커버리지 때문으로 봐야 할 지는 잘 모르겠다.

  2. 처음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도 전화로서의 기능에 대해서 말이 많았던 기억이 있는데 아직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것인지… 아무래도 애플 쪽에 무게를 두고 싶은 이유는 적어도 내 방에서는 스크린의 전파 수신이 최고치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질은… 크흠)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다양한 (게다가 깔끔하고 재미있고 쓰기 편하고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 뒷받침을 하고 있고, 그런 애플리케이션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제한 데이터 통신 요금제이다. 아직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은 것은 없지만, PC에 iTunes를 설치하고 나면 몇 가지 필요한 것을 찾아볼 생각이다.4. 며칠 전에 SKT에서도T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앱스토어를 런칭했다. (사실 8월에 이미 베타테스트 명목으로 나오긴 했지만) 통신사업자로서의 위치가 위치이다보니 나름기사도 나오고리뷰도 올라온다.(1)5. T스토어에 대한 우려 중 많은 부분이 데이터 통화료에 대한 부담이다. 데이터 통신 요금 문제야 이미 익을대로 익어서 쉬어버린 떡밥이긴 한데, 어쨌든 중요한 문제인 것은 틀림없다. 왜 T스토어를 내놓으면서 가장 중요한 요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저건 또 나름 내부 사정이 있는지라 만든 이들도 맘대로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고…6. 사실 앱스토어보다도 내 관심을 끈 것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서버로부터 데이터를 전송받는 방식이다. 내가 회사를 나오기 직전까지 맡았던 시스템이 있는데, 그 역할이 비슷하다. 핸드폰과 같은 단말기에 서버로부터 데이터를 소위 “push”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push 전송 방식이라는 게 모바일 환경에서는 꽤 애매한 녀석이다. 대부분의 단말이 평상시 IP 주소를 갖지 않는데다 멀티태스킹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말의 환경을 잘 모르는 서버가 일방적으로 전송을 하려는 것이니 이런저런 예외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메시지 구조와 트랜잭션이 복잡해졌다. (이렇게 간단히 설명하지만 실제 상용 환경에서는 별별 일이 다 벌어진다.)7. 아이폰(정확하게는 아이팟터치)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다고 하길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했다. 팀원 중 누가 마침 갖고 있어서 슬쩍 사용해 보았다. 가장 큰 차이는 서버에 의한 스케줄링이 없다는 점이다. 즉, 단말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는 시점에 업데이트 여부를 판별해서 다운로드한다.8. 내가 놀란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그 중 하나는 PPP setup delay를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로딩이 된다는 점이다. 좀 더 설명하면, cellular 네트웍에서는 단말이 데이터 네트웍 접속을 요청하면 PPP setup을 하여 IP를 할당하는데, 내부 실험 결과 이 시간이 기본적으로 X초가 소요된다. 즉, 이 기간동안 사용자는 멀거니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아이팟터치는 wi-fi를 사용하므로 직접적인 비교는 안되지만, 여기 와서 아이폰으로 3G 네트웍에서 사용할 때도 비슷하다. 실제 패킷을 볼 수 없으니 어떤 식으로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는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서버 push 방식보다는 훨씬 가볍고 빠르다.(2) 게다가 3G 네트웍 자체의 PPP 접속 체감 속도도 더 빠르다. (이부분은 미스테리)9. 비록 로딩 시간이 적다고 해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만히 기다려야 하므로 어쨌든 답답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간격을 세련된 UI를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메꾼 것도 꽤 인상적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처음 아이팟으로 뉴스를 다운로드 받아보았을 때 나라도 내가 맡는 시스템보다 이쪽을 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시스템은 사업자간 협의한 표준 규격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는데, 그 덕분에 그렇게 복잡한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사실 표준이건 뭐건 사용자 입장에서는 빠르고 잘 돌아가면 장땡인데, 표준 규격이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서 실제 달성해야 할 목적을 외면한 꼴이 된 셈이다. 이미 완성된 시스템을 갈아엎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1) 내가 만약 작년 한 해 유학을 결심하지 않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높은 확률로 앱스토어 개발에 참여했을 것이다. 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공부는 100% 물건너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발을 뺐다. 프로젝트에 들어갔더라면 스트레스로 머리털 좀 빠졌겠지…(2) 단순히 생각해봐도 그럴 수밖에 없다. 서버 push 방식은 flexibility, reliability를 위해 서버 <-> 단말간 메시지 전송이 여러번 일어난다. 하지만 단말에서 요청할 경우 단순히 HTTP 세션 하나 열어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 2009/09/17 14:02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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