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91157

오늘의 삽질

아마존에서 주문한 데스크탑 PC가 어제 Fedex를 통해서 배송되었는데, 마침 집을 비운 터라 기사가 그냥 돌아갔다. 미수신 기록이 있길래 전화를 걸어보니 배달 기사였는데, 음질이 안좋아서 몇 번씩 끊어지길 반복한 끝에 오늘 오전이나 월요일에 올 거라는 답변을 들었다.오늘은 아침부터 graduate student orientation이 있기 때문에 집에 없을 예정이었으나, 만약 내가 월요일까지 받지 못하면 Fedex site로 직접 찾으러 가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오전 세션을 버리더라도 기다리기로 했다. Fedex site는 vernon이라는 동네에 있는데 지도를 확인해보니 버스 타고도 한참 가야하는 위치다. 차도 없는 처지라서 어떻게든 받는 게 낫겠다고 판단.다만 orientation은 9시부터 check-in을 해야 하므로 일찍 들러서 마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문제는 아침부터 햇볕이 쨍쨍해서 무척 더웠다는 거… 집에 열심히 돌아오고 보니 아침에 샤워한 보람도 없이 다시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었다.한 번 더 샤워를 하고 차분히 앉아서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기다리는데… 문제는 11시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라는 거. 참다못해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바빠서 언제 도착할 지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 열받는 일이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으므로 점심 식사라도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마침 바로 앞집에도 택배가 왔는데, 주인이 안나와서인지 문 앞에 그대로 택배상자를 두고 가 버린 게 눈에 띄었다. 이건 뭐지? 하고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복도로 나온 순간…철컥.이 소리를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방문이 오토락이기 때문에 집안에 사람이 없으면 밖으로 나올 때는 항상 카드키를 갖고 있어야 한다. 입주한 날부터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항상 조심했는데, 이때는 마침 택배상자에 마음이 빼앗겨 깜빡하고 그냥 나온 것이다. 그대로 문을 활짝 열어서 신경쓰지 않았는데, 고정대가 없는 문이 저절로 닫힌 것이다. 불과 2,3초만에.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머니엔 전화도, 동전 하나도 없는 상태. 실내에서 신던 슬리퍼를 그대로 신고 나왔고, 그나마 다행인 건 옷이라도 제대로 입고 있었다는 거. rental office가 건물 밖 길 건너에 있기 때문에 복장마저도 엄했으면 그대로 꼼짝못했을 것이다. 잠시 다른 해결 방법이 없을지 고민한 끝에, 결국 한숨을 쉬고 길로 나섰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실내화를 질질 끌면서 거리를 걷는 꼴사나운 모습은 큰 문제가 안되었다.rental office에서 임시키를 빌려서 다시 방에 들어오긴 했으나 이래저래 되는 일이 없는 상태. 게다가 방을 나서면서 Fedex 트럭이 보이길래 기대감에 물어봤지만 역시 내 물건은 없었다. 제대로 한 것 없이 아침은 헛되이 지나가고.좀 전에 방에 들어와보니 택배 상자는 와 있었다. 아마도 문 앞에 있던 것을 룸메형이 갖고 들어왔나보다.

  • 2009/09/19 11:57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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