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21157

공사판이 따라다닌다

사실 도시에 살면서 이런저런 공사 현장 하나쯤은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상 내가 있는 곳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항상 무언가 공사판이 벌어진다. 열받는 건 항상 내가 그 장소에 있는 동안은 한창 공사를 하고, 정작 완성되어 이용할 시기에는 내가 그곳에 없다는 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학교 때, 그러니깐 10년도 더 된 얘기다.

고등학교 운동장은 학교 규모만큼이나 작아서, 100미터 달리기를 못하고 대각선으로 50미터를 달린 뒤 2를 곱하는 식이었다. 그나마 손바닥만한 운동장인데, 어느날 갑자기 여자기숙사를 신축한다고 반토막(…) 덕분에 학창 시절의 상당 기간동안 반토막 운동장에서 놀았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캠퍼스가 널찍하고 높은 건물이 없는데다 잔디밭이 깔끔해서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어느 틈엔가 하나둘씩 건물이 들어서고, 연구실을 졸업할 무렵에는 내가 있던 전산동 바로 옆에 큰 연구용 건물을 짓는다고 항상 덤프트럭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나마 학부 시절에는 새로 지은 학생 회관이라도 이용할 수 있었으니 가장 나았던 셈.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서 집에서 출퇴근한지 2년. 지하철 분당선을 수원역까지 연결하는 사업이 시작되어 동네 도로는 파헤쳐지고 길 가운데는 항상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차도 막히고… 이건 내가 다시 수원으로 돌아가서 출국할 때까지도 진행중이고 아직도 그대로다. 듣기로는 2012년쯤 완공이랬나…

집에서 출퇴근한 지 2년만에 독립해서 나왔지만, 이번에는 회사 바로 뒷쪽과 청계천 사이에 있던 낡은 집을을 철거하고 새로운 빌딩을 짓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근 1년 가까이 땅파고 물퍼내고 기초공사만 한 듯. 내가 회사를 나올때쯤은 철골 구조물로 10층 이상 올라간 상태였는데, 이번 겨울에 가보니 꽤 많이 진척되어 있더라. 아마도 올해에는 다들 끝날 듯. 한가지 빠뜨렸는데, 공사판이 두 군데였다. 서로 다른 시공사에서 다른 빌딩 두 채를 동시에 짓고 있었음.

뜬금없이 옛날 얘기를 꺼낸 까닭은, 그놈의 공사판을 LA에서까지 보게 생긴 터라, 어쩐지 열받았기 때문이다. LA로 와서 반년 가까이 지내면서 간만에 공사현장 볼 일이 없었는데, 엊그제 온 이메일 한 통. “22일부터 대학원 기숙사 확장 공사 들어감. 완공은 2012년이삼.” 아놔. 기숙사에 최대 2년까지 살 수 있기 땜시 난 그전에 나가야 한단 말이다. 또 얼마나 시끄럽고 지저분해질꼬.

이상 공사판의 저주를 받은 중생의 푸념.

  • 2010/01/22 11:57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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