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독서 목록

영화 감상 -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누구든 한 세기라는 세월을 살고 나면 모든 일에 초연해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타고난 성격 때문에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안달하지 않고 느긋해지는 것일까.

몇 달 만에 영화 한 편을 보았다. 한동안 영화 예매 사이트를 기웃거렸지만 좀처럼 눈길이 가는 영화를 찾지 못하던 터라 크게 기대하지 않고 화면을 마주했다. 아마 그 점에서는 주인공인 100세 노인 알란과 비슷한 기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코미디 영화를 감상했다. 화려한 수사와 웅장한 특수 효과로 치장한 블록버스터가 아닐지라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줄거리를 아주 짧게 설명하자면, 양로원에 수용된 알란이 자신의 100세 생일날 아무도 몰래 탈출해서 벌이는 황당한 이야기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훔치면서 시작된 모험이 시간이 흐를수록 타의에 의한 동료가 늘어나고, 돈가방을 되찾으려는 갱단과 양로원에서 실종된 주인공을 찾으려는 경찰이 제각각 움직이며 엉뚱한 결말을 맞는다.

거창한 이야기는 없다. 주인공이 100년을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물론 허구로 구성된)이 영화 전반부를 채우고, 돈가방을 둘러싼 해프닝이 후반부이자 현재 시점의 주요 사건이지만, 돈가방 자체는 별로 중요한 의미가 없다. 역사적 거물들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은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이 약간 모자란 성격이라는 점도 유사하고. 하지만 <포레스트 검프="">처럼 인생에 대한 진지한 메시지를 던지기 보다는 그저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다는 점이 두 영화의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감독과 배우가 스웨덴 사람으로, 흔히 보는 국산이나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와는 웃음의 코드가 다르다. 다소 얼빵한 주인공과 동료들이 온갖 황당한 사건 앞에서 보여주는 예상밖의 행동이 끊임없이 관객의 실소를 유도한다. 갱단 불량배의 시체를 눈 앞에 두고도, 그것도 시체 처리를 위해서 우왕좌왕하는 동료들 앞에서 태연히 수영하러 가겠다는 둥, 주인공 100세 노인께서는 마치 해탈한 사람처럼 모든 일에 초연하다. 하지만 단순히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철학은 있다.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일단 저지르고 보라고. 아마도 그것이 근심없이 100년을 살아올 수 있는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생의 메시지를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낄낄 웃어넘기는 것도 괜찮을 법한 영화다. 그거야말로 주인공의 철학과 어울리지 않겠는가.

최근에는 어느 영화관이든 상영관 대부분을 진지한 드라마나 화려한 액션 장르가 채워버려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데, 이처럼 독특한 작품도 좀 더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 2014/07/06 21:27 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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